노아가 글쎄

디테일의 함정 2 본문

담백하게 일만 잘하기

디테일의 함정 2

슈퍼노아 2023. 3. 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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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의 시기가 다가왔다.

매년 그렇듯이 연말이 되면 회사에서는 평가를 한다. 그리고 그 평가의 결과가 승진에 반영된다. 특히 승진연차가 된 직원들은 승진년차의 평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긴장을 할 수밖에 없다. 동료 중 한 사람이 승진년차에 굉장히 실망스러운 평가를 받았다. 당연히 승진에서도 누락되었다. 누락된 그 동료는 학력도 매우 높았고 일도 잘하는 편이었기에 주위에서도 놀란 눈치였고, 본인은 거의 충격에 빠졌다. 왜 과도하게 낮게 평가되었는지 설명이 필요해 보였다. 평가자인 팀장님은 평소 매우 디테일하고 꼼꼼하신 분이셨다. 회사가 평가를 정말 능력만으로 직원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누가 봐도 명확한 설명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팀장님의 디테일함이 화를 불러왔다.

 

A를 줬는데 C로 떨어졌다.

팀장님께서는 동료를 승진시키기 위해서 A라는 평가를 줬는데, 최종 심사에서 C로 떨어졌다고 하셨다. 그러나 동료가 그 말에 의아해하며 왜 C로 떨어졌는지를 캐내는 과정에서 팀장님께서 A가 아닌 B를 줬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팀장님의 거짓말에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아마도 팀장님께서는 '나는 좋은 점수를 주려고 했는데, 최종 심사에서 떨어진 부분이니 어쩔 수 없었다.'라는 뜻을 전달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전달하는 과정에서 '좋은 점수'라는 약간은 뭉뚱 그러진 표현이 팀장님의 꼼꼼함과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었던 것인지, 구체적인 점수를 말씀하시는 과정에서 과장된 말씀을 하신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려고 했던 의도에 실수와 과장이 범벅되면서, 동료의 분노가 배신과 불신으로까지 번지게 된 것이다.

 

팀장님의 계산 방식을 보여주시다.

이제는 팀장님께서 왜 A를 안 주시고 B를 주셨냐는 이슈로 상황이 번졌다. 보통 승진연차에는 특별한 경우(점수가 과도하게 넘친다든가)를 제외하고는 A로 평가하기에, B로 평가하신 팀장님의 의도를 해명해달라고 했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또 한 번 사건이 터졌다. 팀장님은 A를 줘도 승진점수가 안 되기 때문에 다른 팀원에게 A를 양보하고, 동료에게는 내년을 기약하자는 의도라고 하셨다. 그런데 동료가 직접 계산해보니, A를 받으면 승진 점수가 넘었다. 그래서 팀장님의 계산을 보여달라고 요구하였다. 팀장님께서도 진짜 점수가 안 된다는 걸 구체적으로 보여주시고자 계산 내용을 보여주셨는데, 계산에서 실수가 있었다. 또한 보여주시는 과정에서 같이 승진해야 하는 다른 동료의 점수까지 실수로 노출되었는데, 그 동료의 점수는 높게 평가되어 있었다.

 

사실 점수가 높다고 해서 승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회사의 정책상 승진점수가 되는 직원들 중에서도 승진이 되는 사람보다 안 되는 사람이 더 많다. 턱걸이로 승진점수를 받더라도 승진이 안 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동료도 이런 상황을 잘 알기에 적절한 설명과 사실 확인만 되면 좋겠다는 심정이었고, 팀장님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분의 평소 성격대로 꼼꼼하고 디테일하게 친절한 설명을 해 주시고자 했던 의도였다. 그런데 디테일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승진의 여부는 뒷 전으로 밀려나고, 실수, 과장, 거짓, 배신 등의 악한 감정만 남게 되었다.

 

민감한 상황에서는 차라리 디테일은 좀 덮어두는 게 어떨까.

연세가 좀 많으셔서 마음 따뜻하신 팀장님께서 더 잘해주시기 위해 실수를 한 경우이긴 하지만 그 의도만큼은 결코 악하지 않았고, 동료 또한 상황을 뒤집기 위해 혹은 누군가의 잘못을 드러내기 위해 악착같이 따지고 들려는 의도는 없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정말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직장생활을 하며 디테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이런 민감한 경우에는 눈 딱 감고 좀 덮어놓고 지나가는 지혜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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