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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_라파즈 리브어보드 #8

슈퍼노아 2024. 2. 1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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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눈이 떠졌다. 전날 밤에 10시 쯤 잠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깨서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한 번 깨면 침대에서 뒤척거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밖으로 나갔다. 새벽 이른 시간이라 아무도 없겠지 하고 데크 쪽을 둘러보았는데, 3층으로 올라가니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그 곳에서 자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깨어있는 그 사람들은 잠을 안 잔건지, 나처럼 일찍 깬건지 모르겠지만, 그저 그 고요하고 평화로운 순간을 즐겼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한국의 도심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수많은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멀리 보이는 작은 섬에서는 등대의 불빛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그 고요한 시간에 조용히 글을 쓰고 삶에 대해 생각하고 묵상을 하며 몇 시간을 훌쩍 보냈다.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와서 손을 무는 바다사자

 

 

 

 

본격적인 바다사자들과의 놀이

바다사자들과 놀이를 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지 않는데, 라파즈는 바다사자와 가장 가까이 즐겁게 놀 수 있는 포인트로 유명하다. 라파즈의 바다사자들은 물에 들어가면 무조건 만나다고 할 정도로 수가 매우 많고, 다이버들에게 친숙하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물 속에 들어가보니, 물 속 사파리 처럼 바다사자들이 떼를 지어 엄청나게 많았다. 바다사자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도 아닌데, 호기심 때문인지 다이버들과 부딪히고 물고 애교부리고, 정말 어떤 두려움이나 거부감없이 같이 놀 수 있었다. 보통은 다이버들이 수칙으로 여기는 것 중 하나는, 바다 생물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다. 생물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환경을 보전해주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라파즈의 바다사자들은 그들이 먼저와서 놀아달라고 하고 깨물고 난리다. '그래, 평생한 번도 못 볼 수 있는 바다사자랑 실컷 놀아보자.'라는 맘으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안전정지 중에는 Longfin Halfbeak이라는 물고기도 만났다.

카메라를 왕~! 하고 무는 바람에 입속까지 훤히 보임

 

 

 

 

야간 다이빙, 못 만난 모뷸라

라파즈의 또 다른 명물인 모뷸라(가오리 일종)를 보려면 야간 다이빙을 해야 한다. 그래서 투어 중 반드시 한 번의 야간 다이빙이 계획되어 있다고 한다. 라파즈에 오기 전 많은 블로그에서 모뷸라에 대한 자랑과 소개글들을 많이 보고 왔던터라, 그에 대한 기대 또한 컷다. 그런데 최근 이상기온 현상 때문인지 수온이 충분히 차지 않아서 최근에는 모뷸라를 못 볼 때도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미리 모뷸라가 좋아하는 음식을 뿌려놓고 모뷸라를 유인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이번에도 역시 선박의 크루 중 몇 명이 야간 다이빙을 시작하기 이 전에 미리가서 피딩을 해놓고 왔다. 조심스럽게 야간 다이빙이 시작됐고, 마스터들의 안내대로 바닥에 정렬을 하고 기다렸지만,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모뷸라는 나타나지 않았다. 끝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 사이 조금맣고 귀여운 복어들과 바닥을 쓸고 다니는 킥레이(가오리 일종)들만 우리를 반겨주었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배로 복귀했다. 너무 아쉬웠다.

모뷸라의 아쉬움을 달래주었던 킥레이

 

 

 

 

수온이 올라가서 바다의 생물에도 영향이 있구나라는 것을 물 속에서 실감하면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사실 라파즈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여러 다이빙 포인트들에서도 원래 볼 수 있었던 어종들을 못보거나, 볼 수 있는 타이밍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정말 이제는 지구의 기온 상승을 체감할 수 있는 정도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심각함을 인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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