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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끄적임

또 하나의 뇌 - 몸

슈퍼노아 2023. 3. 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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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부터 몸으로 반응하는 것을 즐겼고 잘 했다.

덕분에 운동은 안해본 것이 없었으며 실제로 잘 했다. 공부를 썩 잘했음에도 체육 쪽으로 가야한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여러가지 사정상 운동으로 길을 가지 못하게 되면서 공부에 집중했다. 그 때부터 나는 몸이 아닌 머리를 쓰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몸의 반응이 느려졌다. 운동신경도 예전같지 않았다. 운동을 해도 수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그 생각대로 하려고 하는 습관이 생겼다.

 

머리에 집중하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약 3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한 가지 인지 하지 못했던 것이 있다.

어쩌면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것은,,, 인간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공부를 하건 무엇을 하건 모두 머리로 기억하고 생각하고, 그렇게 한 것을 토대로 행동하려고 했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잊어버리는 것이 많아졌다. 모든 것이 머리를 통해서 시작되어야 하는데, 머리의 용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문득, 기억력의 한계를 인지하게 되었다. 아니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다시 몸의 기억을 생각하게 되었다.

 

제 2의 뇌를 갖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수많은 메모 혹은 필기앱들이 무척 맘에 들었었다.

에버노트, 구글킵, 삼성노트, 노트쉘브, 원노트, 노션, 등등 수많은 앱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나는 '맞다!' 라고 탄식을 질렀다. 나의 기억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 메모왕이 되어 모든 것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내 기억력의 한계를 보완해 줄 유일한 것이라 생각하고, 엄청나게 적기 시작했다. 그런 앱들에게 엄청 고마워 하면서 말이다. 책을 읽으면 중요한 문구나 생각들을 빠짐없이 기록하려고 노력했고, 강의를 들으면 강의를 요약해서 잘 정리해 놓았다. 업무에서 중요한 부분들을 캡쳐하여 저장해 놓고 어디서든 모든 기기에서 볼 수 있도록 해 놓았으며, 개인적인 중요한 문서나 기록들도 모조리 정리해 두었다.

 

그러나 적어 놓은 것으로 마음에 위안은 삼았으나 그것들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었다.

무엇을 기록해 놓았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었다. 기록해 놓았는데도 활용할 수 없으니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답답했다. 한계가 느껴졌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절말감까지 느끼게 됐다. 그러던 중 몸에 집중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 머리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몸은 기억하도록 해보자는 것이다. 가령, 아파트에 차를 주차해놓고 어디에 주차를 해 놓았는지 기억은 못하더라도 내가 차에서 내려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걸어서 집으로 들어갔다는 몸의 움직임은 몸이 알 수 있도록 몸이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중에 차를 찾을 때도 몸에 맡겨 주차한 곳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운전을 해서 어느 곳을 갈 때에도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머리가 다 기억하지는 못해도 주변의 환경이나 상황들을 몸이 기억한다면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요즘에는 네비게이션이 워낙 발달되어 있지만)

 

몸의 감각들을 살려보자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너무 머리에만 의존하여 온갖 스트레스와 두통, 기억력의 한계로 인한 자책까지 느끼면서 사는 것보다는 머리의 일을 몸의 감각으로 좀 나누어 주자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의 감각을 하나하나 살려가며, 나의 업무와 생활 그리고 인간관계의 부분까지도 몸으로 느끼고 기억하며 살도록 연습하고 있다.

내 머리의 한계와 부족함을 보완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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