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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함께

변함없는 아이들

슈퍼노아 2023. 6. 6.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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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다보면, 상대의 생각이 어떤지 몰라서 답답할 때가 많다. Yes라고 하는 것이 진짜 Yes인 건지,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 건지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회사에서도 상사분들을 대할 때는 그 분들의 말과 행동에서 메시지를 나 스스로 찾아내서 어떤 액션들을 취해야 하는 약간 도박과도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다. 대개 이런 걸 눈치, 업무감각, 일머리 등등으로 표현을 한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때때로 밥이 먹고 싶은데, 상대를 배려하느라 빵이 먹고 싶다고 할 때도 있고, 회사에서도 여러가지 이유에서 Yes를 No라고 말할 때도 있다. 어찌보면 사람이 사는 이 세상은 그렇게 솔직하고 정직하게 살아가기가 힘든 것 같다.

그러나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보면서, 참 정직하다라는 생각을 한다. 늘 의사표현을 정확히 한다. 배가 고픈지, 반가운지, 산책을 가고 싶은지, 어디가 아픈지 등 정확하게 표현한다. 단 한 번도 밥이 먹고 싶은데 물이 먹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다. 산책을 가고 싶으면서도 괜찮아 라고 말한 적이 없다. 늘 정직하다. 그래서 내가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올 때면, 어떤 상황에서도 아주 반갑게 나를 맞아준다. 낮에 무슨 일이 있었든, 내가 기분이 좋든말든, 그저 반가워한다. 아주 솔직하게 반갑다고 한다. 반갑지 않은데 반갑다고 한 적이 없고, 반가워 죽겠는데 반갑지 않은 척 한 적이 없다.

특히 우리 둘째, 6살 사랑이는 아내보다 나를 끔찍히 좋아한다. 1주일 동안 출장을 갔다가 주말에 집에 돌아왔는데, 집에 들어오자마자 반갑하고 하는 건 늘 그런 일이니까 그렇다고 치더라도, 보고싶었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아빠 보고싶었어..."

 

6살 사랑이

씻고 방에 들어와 책을 보고 있는데 들어와서는 "아빠 보고싶었어."라고 말한다. 그러다가 조금 있다 또 와서 "아빠 정말 보고싶었어~." 그런다. 그래서 밖에 나가서 한참 같이 놀아 주다가, 다시 글을 좀 쓰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또 와서 "아빠,,, 정말 보고싶었단 말이야~"한다. 마음이 먹먹해졌다. 이렇게 보고싶었구나. 사랑이를 안고 한참을 마음으로 울었다. 고마워서 울었고 반가워서 울었고, 사랑스러워서 울었다.

사람들은 누구도 이 만큼 정직하지 않다. 아무리 보고 싶었어도 이렇게까지 보고싶다고 말하지 않는다. 지고 들어가는 것같고,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그렇고, 그렇게까지 표현하는 것이 서툴러서 그렇다. 그렇지만 우리 강아지들은 그렇지 않다. 보고싶으면 보고 싶다고 말한다. 한 번 말하고 두 번 말하고 자꾸 말하며 마음을 표현한다. 이렇게 정직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 모두가 이렇게 정직하다면 그럴 수 있을텐데, 모두가 그렇기 않기에 정직한 사람이 손해보는 세상이 되는 것 같다.

언젠가 산책을 하다가 만난 어느 중년 아저씨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 아이들을 보며 너무 예쁘다고 칭찬을 하시더니, 본인도 강아지를 키웠었다고 한다. 나이들어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는데, 그 이후에는 집에 들어와도 반갑다고 반겨주는 이가 없다는 것이다. 강아지가 있었을 때는 하루동안 아무리 지쳤어도 강아지가 반겨주는 덕에 하루의 피로를 씻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반겨주는 이도없고,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눈가가 약간 촉촉해지시며 말씀하시는 그 분의 마음이 느껴져서 숙연해졌었다. 모두가 눈치보지 않고 정직하게 정직한 관계를 맺으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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