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가 글쎄

4부. 종교 안의 틈 - 14장. 유대교: 선택과 회복의 윤리 본문

의식의 틈: 정해진 삶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나

4부. 종교 안의 틈 - 14장. 유대교: 선택과 회복의 윤리

슈퍼노아 2025. 5. 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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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법 안에서 선택하고, 테슈바로 돌아가는 삶

 

유대교는 인간을 도덕적 선택의 주체로 바라본다. 창세기의 아담과 하와, 출애굽기의 모세, 예언자들의 이야기 속에서 반복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고, 그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토라

 

유대교에서 자유의지는 하나님의 율법, 즉 토라(Torah)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토라는 단순한 규칙집이 아니라, 인간이 어떤 상황에서도 옳고 선한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도덕적 나침반이다. 유대교적 인간상은 법의 지배를 받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며, 스스로의 삶 속에 통합해나가는 능동적 존재다.

이런 의미에서 자유의지는 율법이라는 틀 안에서 더욱 빛난다. 인간은 자신의 충동이나 즉각적인 반응을 따르기보다, 율법의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함으로써, 더 의식적인 삶을 살아간다. 이것은 단순히 종교적 순종이 아니라, 도덕적 틈을 의식적으로 활용하는 실천적 자유다.

테슈바

 

유대교가 자유의지를 가장 강하게 드러내는 개념은 '테슈바(Teshuvah)', 곧 '돌아섬'이다. 테슈바는 잘못을 저질렀을 때 죄책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성찰하고, 새로운 선택을 통해 삶의 방향을 바꾸는 내면의 결단을 의미한다. 중요한 점은, 테슈바는 언제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멀리 벗어났더라도, 돌아서서 다시 하나님의 뜻으로 향하는 것은 언제나 열려 있다. 이 돌아섬의 순간, 인간은 '의식의 틈'을 경험하게 된다. 잘못된 말이나 행동 이후, 또는 혼란과 고통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 그 틈 안에서 인간은 단지 과거를 후회하는 존재가 아니라, 미래를 다시 쓰는 존재로 거듭난다.

 

유대교는 인간이 완전한 존재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은 실수하고, 흔들리며, 때로는 방황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 안에서도 자기 삶을 자각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능력, 즉 자유의지는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로 여겨진다.

자유의지는 단지 선택의 권리가 아니라, 선택 이후의 책임과 회복까지 아우르는 도덕적 구조다. 그리고 테슈바는 그 구조 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다시 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유대교적 해답이다.

 

다음 장에서는 종교를 넘어 다시 삶의 자리로 돌아와, 우리는 실제로 어떻게 이러한 틈을 살아낼 수 있는지를 사유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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