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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끄적임

혼자 지낸다는 것

슈퍼노아 2023. 3. 3.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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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외국인 승려가 오랫만에 휴식차 고국을 방문하였다. 부모님과 가족들을 뵙고 좋은 시간을 갖게 되어 매우 즐거운 나날이었다. 어느 날 그는 그와 매우 친하게 지냈던 사촌동생을 만나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식사를 하면서 사촌동생은 늘 그렇듯이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님에게도 와인을 건넸다. 스님은 태국의 불교에서는 음주를 금한다며 와인을 거절하였다. 그러자 사촌동생은 스님에게 "누가 안다고 그래? 지금 여기에 우리 둘 밖에 없어. 괜찮아."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스님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내가 알지."

아내가 해외 다이빙으로 약 열흘 간 집을 비우게 되어 혼자 지내고 있다. 종종 있는 일이다. 아내는 다이빙을 시작한 이후 처제에게도 전파하였고, 둘은 다이빙에 푹 빠져 산다. 여름에는 국내에서도 종종하지만, 국내 바다는 너무 춥다며 코로나 펜데믹이 끝난 이후 해외 다이빙을 많이 나가곤 한다. 지금도 몰디브에 리브어보드를 타고 있다. 그럴 때면 나는 혼자 지내면서 자식 같은 강아지 두 아이를 돌봐야 한다.

보통 나의 일상은 이렇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말씀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공부하거나 글을 쓴 후 운동을 갔다가 바로 출근을 한다. 퇴근 이후에는 저녁을 먹고 아이들 산책을 시킨 후, 아이들 저녁을 챙겨주고 청소와 설거지를 한 후 아이들 양치를 시킨다. 그 후 책을 보고 일기를 쓰고 시간이 허용하는만큼 글을 조금 쓰다가 잠을 잔다. 아내가 없으면 아침에 운동을 가지 못하고 그 시간에 아이들 산책을 한 번 더 시켜준다. 그 이유는 내가 출근하여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아이들이 하루종일 엄마 없이 지내야 하기 때문에, 아침 산책으로 배변을 최대한 하고 좀 더 피곤하게 한 후 하루 종일 좀 조용히 편하게 잠이라도 자게 하기 위해서이다.

아내가 없을 때에도 이러한 나의 일상과 루틴을 지키면서 지낸다. 아니, 지키려고 노력한다. 아내가 없으면 괜시리 자유로움이 느껴져서 나 스스로 헤이해지려고 하기 때문에, 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내가 없을 때 가장 힘든 부분이 이 부분이다. 아이들을 혼자 돌봐야 하는 것도, 끼니를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것도, 집안 일을 고스란히 혼자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나의 일상을 평소처럼 살아갈 수 있도록 나 자신을 지키는 일, 이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여겨진다. 금요일 밤이 되면 어딘가로 가고 싶다. 주말이 되면 누구 만날 사람이 없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평일에도 퇴근 후 곧장 집으로 향하지 않고 누구를 만나서 저녁이라도 먹고 들어갈까 싶기도 하다. 매일매일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도, 그래도 나의 일상을 지키고 아이들을 잘 돌보자고 마음먹는 것, 그리고 그 일상을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참 쉽지가 않다. 이런 나에게 어느 책에서 읽은 태국 외국인 승려의 말이 참 큰 힘이 된다. 오늘도 나를 지키며 나의 아이들을 보살피며 오늘의 나를 살아간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 어때?"
"내가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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