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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_'길복순'

슈퍼노아 2023. 4. 3.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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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냥 액션 혹은 히어로물 정도로 생각했다. 그래서 왜 '전도연이라는 배우를 썼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냥 내 생각 속의 전도연이라는 배우는 연기를 잘 한다라기 보다는 매 영화마다 그런 인생을 사는 사람인 것처럼 연기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액션과의 좀 거리가 있었다. 키크고 날렵하고 카리스마 있는 쎈언니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액션 영화에 전도연이라니...' 조금은 의아한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냥 액션 영화가 아니었다. 영화는 배우들에게, 특히 전도연에게 참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최고의 킬러로 살아가며 가정을 책임지는 엄마, 엄마와 사춘기 딸과의 갈등과 화해, 한 남자의 목숨까지 내어주는 사랑, 동료들의 배신. 전혀 다른 결의 스토리들이 하나로 엮여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짧은 시간안에, 그야말로 영화처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 영화의 주인공으로 전도연은 킬러로서의 냉정함, 사춘기 딸을 둔 엄마로서의 고뇌와 섬세함, 남자와의 관계에서의 절제된 애틋함, 최고로 인정받으면서도 동료들과 편안하게 지내는 털털함, 회사에서 밀어내려고 하는 2인자와의 갈등 등을 완벽하게 연기해 내었다.

'그래서 전도연이었구나...' 영화를 다 본 후 들었던 생각이다. 청부살인을 완수한 뒤 태연히 장을 보러 마트에 간다든지, 사람을 죽인 뒤 피를 깔끔히 정리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딸을 만나러 귀가한다든지, 편안하게 지내던 동료들의 배신에 단번에 그들을 모조리 죽여버린다든지 등의 말 그대로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연기를 해 내었다. 영화의 짧은 시간 안에 그렇게 많은 스토리들을 보여주려고 한 건 어쩌면 감독의 욕심이었을지 모른다. 그런 욕심들은 대개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영화는 캐스팅으로 그 욕심을 완벽히 표현해 주었다. 전도연 뿐 아니라, 설경구, 그리고 딸 김시연, 그외 동료배우들 등등 모두가 잘 어우러져 서로 다른 스토리들의 각각의 표현과 전체 스토리가 하나로 엮이는 메인 스토리가 잘 표현된 것 같다.

또 한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회사라는 세상을 표현하기 위해 청부살인 회사들을 등장시켰다는 점이다. 그 업계도 대기업부터 흥신소와 같은 작은 회사들까지 조직되어 있으며, 그들끼리 어떤 규칙을 정한다든지 등의 방식으로 기존의 일반 회사와 같은 모습을 띄게 하였다. 실제 현실에서는 법이라는 테두리가 있기 때문에 결코 존재할 수 없는 회시이지만, 살인이라는 모티브를 잃지 않으면서 일상의 경험들을 표현하기 위한 감독의 욕심이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자녀의 교육을 책임지는 엄마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결국 이 영화는 액션영화가 아니다 라는 메시지를 주려고 했던 것 같다. 참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한 영화에 담으려는 감독의 시도가 좋았고, 전도연의 연기력이 또 한 번 빛을 발하는 영화였다. 볼거리가 많아 재밌었고, 살인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워낙의 일상의 이야기들을 하고 있어서 내 삶을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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