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가 글쎄

2부. 틈, 의식, 그리고 자유 - 6장. 뇌는 이미 선택하고 있다? 본문

의식의 틈: 정해진 삶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나

2부. 틈, 의식, 그리고 자유 - 6장. 뇌는 이미 선택하고 있다?

슈퍼노아 2025. 4. 18. 07:48
728x90
반응형
리벳의 실험과 뇌과학적 논쟁

 

자유의지에 대한 철학적 논의는 오래되었지만, 최근 들어 뇌과학이 이 논쟁에 참여하면서 더욱 흥미로운 지점으로 발전했다. 특히 벤저민 리벳(Benjamin Libet)의 유명한 실험은 뇌와 자유의지의 관계에 대한 놀라운 결과를 제시했다.

리벳의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손목을 움직이고 싶을 때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지시받았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움직이기로 결정한 순간을 기록했고, 연구자들은 뇌의 활동을 EEG(뇌전도)를 통해 측정했다. 놀랍게도 참가자들이 의식적으로 움직임을 결정하기 훨씬 전부터 뇌의 운동준비전위(readiness potential)라는 활동이 시작되고 있었다.

리벳의 자유의지 실험

 

이 결과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우리의 의식적 선택 이전에 뇌가 이미 움직임을 결정하고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실험을 근거로 일부 과학자들은 자유의지가 실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리벳은 조금 다른 해석을 제시했다. 그는 인간에게는 뇌가 행동을 준비하더라도 행동 직전에 이를 '멈출 수 있는' 의식적 능력이 있다고 보았다. 즉, 뇌는 행동을 준비하지만, 우리가 그 행동을 최종적으로 승인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작은 '틈'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본 것이다.

 

뇌과학에서 보는 자유의지는 이렇게 제한적이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방식으로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에게는 행동을 시작하는 자유보다는 이미 준비된 행동을 중단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선택의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많은 연구자들은 뇌가 자동적으로 행동을 준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가진 진정한 자유의지는 바로 이 준비된 행동을 인지하고, 그것을 실행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순간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뇌과학은 우리의 자유의지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가진 의식적 자각의 순간, 바로 '의식의 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다음 장에서는 이렇게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의식의 틈'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어 보고자 한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