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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가 글쎄
AI 시대의 조직 구조 - 위계에서 지능으로 본문
1. 조직도는 원래 무엇을 풀려고 만든 것인가
논의의 출발점은 "위계가 나쁘다"가 아니다. 위계가 애초에 어떤 문제를 풀려고 생겼는지 되짚는 것이다.
로마군. 가장 작은 단위는 콘투베르니움 — 천막 하나와 노새 한 마리를 함께 쓰는 병사 8명. 이게 10개 모여 백인대 80명, 6개 모여 코호트 480명, 10개 모여 군단 약 5,000명이 된다.
8 → 80 → 480 → 5,000.
이 구조의 정체는 정보를 전달하는 프로토콜이었다. 근거가 된 인간의 한계는 딱 하나 — 한 명의 리더가 실제로 관리할 수 있는 인원은 3~8명이라는 것. 오늘날 우리가 통제 범위(span of control) 라 부르는 개념이다.
프로이센. 1806년 예나 전투에서 나폴레옹에게 궤멸당한 뒤, 프로이센은 불편한 결론에 도달한다. "꼭대기에 있는 개인의 천재성에 의존할 수 없다.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서 만든 것이 참모본부(General Staff) — 싸우지 않고 계획하고, 정보를 처리하고, 부대 간 조율만 담당하는 장교 계층이다. 용어가 생기기 전의 중간관리가 바로 이것이다. 이때 Line(핵심 임무)과 Staff(전문 지원)의 구분도 생겼다. 지금 모든 기업이 쓰는 그 단어다.
철도. 1850년대, 미 육군이 웨스트포인트 출신 엔지니어를 민간 철도회사에 파견하면서 군대식 조직론이 기업으로 넘어왔다. 뉴욕&이리 철도의 대니얼 맥칼럼이 세계 최초의 조직도를 그린다. 계기는 낭만적이지 않다. 열차 충돌로 사람이 죽고 있었기 때문이다.
테일러. 이후 프레더릭 테일러가 그 위계 "안"을 최적화했다. 업무를 잘게 쪼개고, 전문가에게 맡기고, 직관 대신 측정으로 관리한다. 기능형 피라미드 조직의 완성이다.
이후 매트릭스 조직, 맥킨지 7-S 같은 프레임워크가 계속 나왔지만, 핵심은 바뀌지 않았다.
2. 깨지지 않은 트레이드오프
정리하면 이렇다.
통제 범위를 좁히면 → 계층이 늘어나고 → 정보 흐름이 느려진다
테크 기업들이 이 벽을 여러 번 들이받았다. Spotify는 스쿼드 모델을 유행시켰지만 규모가 커지자 전통적 관리 구조로 회귀했다. Zappos는 홀라크라시로 관리자 직함을 없앴다가 대규모 이탈을 겪었다. Valve의 완전 수평 구조는 수백 명을 넘기지 못했다.
조직이 수천 명이 되면 결국 위계로 돌아간다. 정보를 라우팅할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2,000년간의 조직 혁신은 이 트레이드오프를 깨지 못하고 우회만 해온 역사다.
3. 무엇이 달라졌나
Block의 주장은 이것이다. 정보를 라우팅할 다른 방법이 이제 생겼다.
Block은 완전 원격 근무 회사다. 그래서 모든 업무가 흔적(artifact)을 남긴다. 슬랙 메시지, 이메일, 풀 리퀘스트, 코드, 문서, 녹화된 회의.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어디가 막혔는지, 어디에 자원이 쓰이는지가 전부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이미 존재한다.
전통적인 회사에서 이 정보를 위아래로 나르는 것이 관리자의 일이었다. 그런데 그 흔적들 위에 지능을 얹으면?
도시의 표현: "회사와 대화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대화는 CEO만의 특권이 아니다. 회사 안 누구든 같은 수준의 맥락에 접근할 수 있다. 이사회도 분기마다 슬라이드를 기다릴 필요 없이 실시간으로 회사에 질문할 수 있다.
단,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 회사 자신에 대한 World Model — 회사가 스스로를 이해하는 모델
- 충분히 정직한 고객 신호 — 그 모델을 쓸모 있게 만드는 입력
두 번째가 중요하다. 도시의 말이 인상적이다.
"돈은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신호다. 사람들은 설문에서 거짓말하고, 광고를 무시하고, 장바구니를 버린다. 하지만 쓰고, 저축하고, 보내고, 빌리고, 갚을 때 — 그건 진실이다."
Block은 Cash App으로 구매자를, Square로 판매자를 본다. 거래의 양쪽을 다 본다는 뜻이다. 신호가 좋아지면 모델이 좋아지고, 모델이 좋아지면 거래가 늘고, 거래가 늘면 신호가 더 좋아진다. 복리로 쌓이는 구조다.
4. 그래서 무엇을 만드는가 — 4개의 층
제품 팀이 로드맵대로 제품을 만드는 대신, 네 가지를 만든다.
층 내용
| ① Capabilities (역량) | 결제, 대출, 카드 발급, 뱅킹, BNPL, 급여 같은 금융 원자 단위. 제품이 아니라 부품이다. UI가 없고, 대신 안정성·규제 준수·성능 목표를 갖는다 |
| ② World Model | 회사가 자신을 이해하는 모델 + 고객·가맹점·시장을 이해하는 모델 |
| ③ Intelligence Layer (지능 층) | 특정 고객의 특정 순간에 맞게 ①의 부품들을 조합해서 먼저 내민다 |
| ④ Interfaces (인터페이스) | Square, Cash App, Afterpay 등 전달 창구. 중요하지만 가치가 만들어지는 곳은 아니다 |
③이 핵심이라 예시를 그대로 옮긴다.
한 식당의 현금 흐름이 조여오고 있다. 모델은 이 계절적 하락을 전에 본 적이 있다. 지능 층은 대출 역량으로 단기 대출을 만들고, 결제 역량으로 상환 스케줄을 조정한 뒤, 사장이 자금 융통을 떠올리기도 전에 화면에 띄운다.
여기서 제품 매니저가 한 일은 없다. 부품은 이미 있었고, 지능 층이 순간을 알아보고 조합했을 뿐이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지점.
지능 층이 조합하려다 실패한 것 — 그게 곧 로드맵이다.
전통적 로드맵은 PM이 "고객이 뭘 원할까" 가설을 세워 만든다. 도시는 이걸 회사의 궁극적 제약이라고 부른다. 고객 현실이 백로그를 직접 만들어내면, 그 제약이 사라진다.
5. 피라미드에서 원으로 — 남는 역할은 셋
그러면 사람은 뭘 하는가?
전통적 회사에서는 지능이 사람들에게 흩어져 있고 위계가 그것을 날랐다. 새 모델에서는 지능이 시스템 가운데 있고, 사람은 가장자리(edge)에 선다.
가장자리는 지능이 현실과 맞닿는 곳이다. 모델이 아직 갈 수 없는 곳에 손을 넣고, 모델이 감지 못하는 것 — 직관, 문화적 맥락, 신뢰 관계, 방 안의 공기 — 을 읽는다. 윤리적 판단, 전례 없는 상황, 틀렸을 때 회사가 끝장나는 결정은 사람이 한다.
세상을 만질 수 없는 world model은 그냥 데이터베이스다.
역할은 셋으로 수렴한다.
역할 하는 일 지속되는 인간 역량
| IC (실무자) | 역량·모델·지능 층·인터페이스를 직접 만들고 운영. 에이전트를 쓰므로 한 명이 과거 팀 하나의 폭을 감당 | 판단력, 취향, 창의성 |
| DRI (책임자) | 특정 고객 문제/성과를 소유. 필요한 IC를 끌어모아 해결 (예: "90일간 특정 세그먼트 이탈률") | 오너십, 책임감 |
| Player-Coach | 오늘의 관리자 자리. 단, 말로 지시하지 않고 직접 하면서 보여준다 | 사람을 키우는 능력, 코칭 |
상시 중간관리 계층은 없다. 정렬은 world model이, 전략과 우선순위는 DRI가, 실력과 사람은 player-coach가 맡는다. 도시는 player-coach조차 미래에는 보고 체계가 아니라 "배정(assignment)" 이 될 거라고 본다.
현재 Block의 계층 깊이는 CEO로부터 최대 5단계. 올해 목표는 2~3단계다. 이상적으로는 0 — 6,000명 전원이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그림이다.
6. 40%는 어떻게 결정됐나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라 따로 정리한다.
계기는 2025년 12월이었다. 모델이 눈에 띄게 좋아진 시점이다. 프로토타입만 잘 만들던 수준에서 거대한 레거시 코드베이스를 이해하는 수준으로 올라갔고, 코딩에서 환각은 더 이상 주요 이슈가 아니게 됐다. 도구 하네스도 그 한 달 사이 갑자기 성숙해졌다.
연휴 동안 다들 그 도구들을 써봤다. 돌아와서 경영진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던진 질문은 하나였다.
"오늘 이 도구들을 가지고 회사를 처음부터 짓는다면, 지금 이 모습으로 지었을까?"
만장일치로 "아니오"였다. 규모도, 구조도.
그다음이 인상적이다. 감축 규모를 퍼센트로 정하지 않았다. 세 개의 최소값을 쌓아 올렸다.
- 서비스를 100% 가동하는 데 필요한 최소 인원
- 규제 준수와 법무에 필요한 최소 인원
- 성장 약속을 지키고 회사를 지능으로 재건하는 데 필요한 최소 인원
여기에 실수를 대비한 버퍼를 더한 숫자. 검토 시작부터 실행까지 3주 미만이었다.
왜 그렇게 빨리 했나. 도시의 논리는 이렇다.
"벽에 등이 밀린 채로 하고 싶지 않았다. 미리 하면 훨씬 더 관대하게, 훨씬 더 온전하게 할 수 있다. 매년 10%, 20% 감원을 반복하는 회사는 늘 지고 있는 기분이다. 그건 영혼을 갉아먹는다."
7. 오해하기 쉬운 지점들
이 이야기를 들으면 "그래서 AI가 결정한다는 거네"로 요약하기 쉽다. 진행자가 실제로 그렇게 요약하자 도시와 Sequoia의 룰로프 보타 둘 다 즉시 부정했다.
보타: "AI가 대부분의 결정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AI는 정렬을 소통하는 일을 돕는다. 목적 함수는 경영진이 정하고, 가장자리의 사람들이 교정하고 조향한다."
도시: "AI가 아니라 고객이 대부분의 결정을 한다. 고객이 무엇을 요청하는가가 로드맵이 되고, 그것이 우리가 되고자 하는 모습과 맞는지 판단하는 게 우리 몫이다."
보타는 이걸 애덤 스미스에 빗댄다. 신호만 제대로 세우면 수많은 참여자의 개별 행동이 최적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 반대로 지금의 명령·통제 조직에서는 테이블을 세게 치는 사람의 제품이 승인된다.
그리고 실패한 선례도 있다. 진행자 브라이언 할리건은 HubSpot 창업 4년차에 조직도와 직함을 전부 없앴다. 9개월 만에 되돌렸다. 그가 짚은 차이는 명확하다.
"우리에게 없었던 건, 그 모든 신호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도와줄 지능 시스템이었다."
Block 스스로도 단서를 단다. "초기 단계이고, 어려운 전환이 될 것이며, 작동하기 전에 일부는 망가질 것이다." world model을 인과·예측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건 아직 연구 과제라고 명시한다.
8. 내 회사에도 적용되는가
신호가 Block만큼 풍부하지 않은 회사는 어떨까. 도시의 답은 조건부다.
"당신의 사업이 인간 본성의 무언가를 깊이 이해하고 있고, 그 이해가 매일 더 깊어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회사를 지능으로 지을 수 있다. 아니라면 AI는 그냥 무언가에 덧붙이는 부가 기능으로 끝난다.
Sequoia 아티클의 마지막 문장이 이 주장을 가장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답이 "없다"면, AI는 그저 비용 절감 이야기다. 인원을 줄이고, 몇 분기 마진을 개선하고, 결국 더 똑똑한 무언가에 흡수된다.
답이 깊다면, AI는 당신의 회사를 보강하지 않는다. 당신의 회사가 실제로 무엇인지를 드러낸다.
지금 100명 규모 회사라면 뭘 해야 하나. 도시의 제안은 소박하다.
지금 쓰고 있는 도구들을 보라. 그냥 일하는 것만으로 이미 생성되고 있는 정보를 보라. 그것을 하나의 지능에 넣고 질문할 수 있게만 해도, 회사에 대한 이해가 이전보다 2~3배 깊어진다. 사람이 말해주는 것에만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전달은 의도, 정치, 감정 때문에 늘 온전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 출력이 아니라 입력
조직론 바깥이지만 남기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도구가 내놓는 것을 출력(output) 으로 본다. 나는 입력(input) 으로 본다. 더 나은 입력을 받아서, 더 나은 출력을 내가 만드는 것이다."
도시는 1년 동안 매일 아침 3시간씩 이 도구들에 매달렸다. 기준은 하나였다고 한다. "이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 또는 내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시킬 수 있을까?" 매일 됐다고 한다.
그리고 도구가 80%를 만들어주는 시대에 남는 20%는 결국 창의성, 취향, 판단이라고 덧붙인다.
"지금 많은 회사들이 복사의 복사의 복사를 만들고 있다. 쉬우니까. 그 대신 물어야 할 건 — 당신의 관점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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