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정말 변하지 않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에게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 너무 많은 부정적인 피드백이 있었기에 업무적으로 같이 하지 않기를 바랐었다. 소심하고 나약했으며 나이나 업무경력에 비해 퍼포먼스도 좋지 않았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내용들이었다. 그러다가 조직이 재편성 되면서 그 사람과 같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나는 파트장으로 그 사람은 팀원으로 만나게 되었다.

 

새로운 조직에서 새로운 일을 함께 하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이 새로운 것들이었기에 팀원들 모두가 어떤 성과를 내야 할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 조직을 이끄는 나로서도 적극적으로 업무를 발굴하고 회사의 방향에 맞추어 가기 위해 많은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이런 가운데 팀원들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고, 그 사람 역시 사람들의 평가가 잘못됐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탁월한 업무성과와 조직에 대한 높은 충성도를 보여줬다.

 

나는 미안했고, 반성했다.

이렇게 똑똑하고 많은 업무적인 기술들, 그리고 충성심과 성실함까지 갖춘 사람에 대해 안 좋은 선입견을 가졌던 것에 대해 미안했고, 그 미안했던 마음이 미움의 화살이 되어 그 사람을 제대로 활용해보지도 않고 욕만 했던 사람들을에게로 향하였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에 애정을 가지고 더 잘해주고 더 잘 챙기려고 노력했다. 진심으로 반드시 나에게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연말 평가와 승진의 시기가 다가왔다.

나와 함께 1년 남짓의 시간 동안 쌓았던 성과나 그 사람의 좋은 모습이 아직 팀장이나 임원들의 선입견까지 바꿔놓지 못했나 보다. 승진을 앞둔 그 사람은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고, 그만 승진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사건이 터졌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지난 1년의 성과가 그 이전의 부족했던 모습들을 덮을 만큼 큰 것이었기에 실망이 너무 컸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분노로 표출됐다. 임원과 팀장에게 따지기 시작했고 감정적으로 분노를 표출했으며 기이하게 보이는 행동까지 했다. 팀장에 대한 분노였기 때문에, 내가 중간에서 무마해야 했고, 이제까지 봤던 모습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기에 진땀 나는 시간들을 보내게 됐다.

 

사람은 정말 변하지 않는 것일까.

흔히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이 생애는 안 돼.'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사람이 변하려면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하고는 한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람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상황과 환경이 바뀌면 사람도 변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사람에 대해서도 '업무환경이 바뀌고 함께 일하는 사람이 바뀌니 사람이 변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이런 그의 모습이 나의 생각을 더욱 견고하게 했다. 그러나 그가 분노를 표출하고 기이한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며 '아... 사람은 변하지 않는구나. 상황과 환경이 바뀌면 그냥 그 상황에서만 변하는 것처럼 보일 뿐 사람은 그대로인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의 믿음과 신념이 무너지는 경험이었다. 지금 드는 이 감정이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슬픈 감정으로 차오른다.

 

이제는 정말 보내야 할 때인 것 같다.

그 사람도 마음에서 내보고,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나의 믿음 또한 내보내야 할 때인 것 같다.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너무 순수한 혹은 천진난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보낼 건 내보내고 받아들여야 할 건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인 것은 분명하다. 머리가 복잡하다. 생각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나의 믿음의 끈은 놓고 싶지는 않다. 언젠가 누군가 나타나서 나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기를 여전히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