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취미로그

제주여행 1 - 무계획

슈퍼노아 2023. 3. 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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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을 하고 약 1주일 정도 여유가 생겨 제주도 여행을 하기로 했다.

너무 열심히 바쁘게만 살아온 나에게 꿀 같은 휴식이 주어진 것이다.

시간이 좀 더 주어졌음 했지만, 이직하는 회사에서 허락해 주지를 않았다.

그나마 1주일이라는 시간에 감사하며 만족하기로 했다.

 

제주도에 1주일을 머물 예정이지만, 계획은 세우지 않기로 했다.

비행기, 숙소, 렌터카, 그리고 좋아하는 다이빙 예약.

이것이 계획을 세운 전부였다.

평소 무엇을 하든지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실행하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며 살아온 나로서는

이렇게 전혀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이 너무 어색했지만,

긴장감을 늦추고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아 아내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우리 어디로 가지?"

 

예약한 렌터카를 인수받고 탑승했지만 갈 곳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차에 타자마자 당연한 듯 서둘러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나와 아내, 그리고 우리 두 딸(강아지)은 갈 곳을 몰라 차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제주도에 왔으니 가까운 해변에라도 한 번 가보자!"

 

계획없이 방문했던 첫 여행지 - 이호테우 해변 (feat. 서핑하는 사람들)

이렇게 제주도에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계획을 세우지 않고 즉흥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을 무식한 것이라 생각했다.

뭔가를 시작하려고 할 때, 뭐부터 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 대는 것을 무능력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으면서도 다음에 해야 할 것을 계획하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를 생각하며 1초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었는데,

렌터카 안에서 떠나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제야 갈 곳을 검색하고 있는 나 자신이 어색했다.

 

그 순간 묘하게 성취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나도 준비하지 않았다.', '나도 계획이 없다.'

회사에서 팀원들이 무엇을 요청하면 바로 해결해주고, 아내가 원하는 어떤 것이든 척척 해주기 위해,

항상 준비하고 항상 긴장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늘 가지고 있었는데,

계획하지 않는 것을 성취한 것이다. 계획하지 않는 것을 매번 실패하곤 했는데, 이번에 제대로 성공한 것이다.

이런 내 모습이 나도 어색하고 아내도 어색했지만, 좋았고 즐거웠다. 아내도 재밌어했다.ㅋㅋ

 

다른 의미에서의 재미와 함께 제주도 여행이 시작되었다.

어쩌면 제주도에서의 1주일이 허무하게 지나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래도 좋을 것 같다.

내 생애 단 한 번, 처음으로 계획하지 않는 것을 성취했으니, 이미 절반은 성공한 여행이 된 것이다.

수많은 여행들 중에 정말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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